수업을 하면서 느낀것 중에 하나가 내가 무슨 말을 해도 학생들이 아무 반응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경험 많고 유머감각이 넘치는 강사라면 농담도 섞어가면서 재미있게 수업을 하고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테지만 나는 아직 초짜가 아닌가. 학생들이 아무 표정 없이 나를 그냥 빤히 처다보고 있을 땐 내가 무슨 실수라도 한건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오늘은 50분 수업 중에 25분정도 지났을 때 pop up 퀴즈를 냈다. 2명이 한 팀이 되서 문제를 풀고 답안지는 한 팀당 하나만 제출하는 방식이었다. 내가 문제를 옆사람과 팀이 되서 문제를 풀게 하자 갑자기 학생들이 눈을 반짝반짝 하며 열심히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참 신기했다. 방금 전 까지 흐리멍텅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던 사람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마치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원래는 한 15분 정도 시간을 주려고 했지만 25분 동안 시간을 줬다. 그런데 내가 한가지 실수한 것이 있다. 퀴즈를 보려면 계산기가 필요한데 계산기를 가져오라고 미리 공지하는걸 깜빡한 것이다. 결국 학생들에게 정답을 숫자로 계산하지 않아도 문제 풀이 접근 과정이 맞으면 점수를 다 주기로 했다.
퀴즈가 끝나고 내 사무실에 와서 체점을 하는데 처음 해보는 체점이라 그런지 어색하게 느껴졌다. 대부분 제대로 접근해서 문제를 잘 풀었다. 그래서 나도 점수를 아주 후하게 줬다. 10점 만점에 최하점이 8점이니 후하게 준게 맞는거겠지. 아침부터 비가 조금씩 오고, 아침 일찍 시작하는 수업이라 그런지 10명정도가 퀴즈를 안봤다. 점수를 주고 싶어도 퀴즈를 안 본 사람들에게는 어쩔 수 없이 0점을 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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