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23일 토요일

teaching. exam1. 미국 학부생들 정말 공부 안하네...

모든 미국 학부생들에 해당한다고 일반화 하려는건 아니지만 개인적인 경험을 몇자 적어본다.  그리고 부모의 경제력이 자식의 학업 성취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는걸 다시 한번 느낀다.

첫번째 중간고사 날이다. 한국에서는 중간고사 기말고사 이렇게 두번 시험 봤던것 같은데 여기서는 거의 대부분 세번 시험을 본다. 1차 중간고사, 2차 중간고사 그리고 기말고사. 지난 주 목요일에 내가 가르치는 과목 1차 중간고사를 봤다. 문제를 준비하는데 이삼일은 걸린듯 하다.  선배들한테 받은 자료에 있는 문제들에다 책에 있는 문제들을 섞어서 만들었다. 내가 실제로 풀어보고 잘못된 문제는 없는지 확인 해야 했다.

내가 10년전에 한국에서 학부 때 이 과목을 들었을 때는 계산기에 대한 제약은 없었는데 여기서는 그래프를 그리는 기능이 없는 계산기만 허용이 된다. 

시험 보기 전에 한 학생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시험을 미루고 싶다고 했다. 할아버지가 위독하시다고. 개인 신변에 문제가 있어서 시험을 미루는 거라면 이를 증명할 수 있는 공식적인 문서를 첨부 해야한다. 이 학생의 경우는 해당되지 않는다. 

문제를 쉽게 냈다고 생각 했는데 의외로 학생들이 어려워 하는듯 했다. 채점을 하고 보니 110점 만점에 평균이 75점 정도 됐다. 같은 과목 다른 반의 경우는 110점 만점에 평균이 90점 가까이 된다고 하는걸 보니 내가 낸 문제가 좀 어려웠나 보다. 아니, 그보다는 시험 시간에 비해서 문제수가 많았기 때문인듯 하다. 다들 시간이 없어서 다 못풀었다고 하는걸 보니 말이다. 

채점을 하고 보내 세명이 시험을 안봤다. 할아버지가 위독해서 안본 학생 말고 두명이 시험을 안봤단 얘기다. 이 두 명 중 한명에게서 이메일이 왔다. 밤 새워서 시험 준비를 하다가 새벽 6시에 자기도 모르게 잠들었는데 일어나 보니 이미 시험이 끝났더란다. 다시 시험 보게 해달라고 간곡히 부탁한다고 하니 맘 약한 내가 모질거 안된다고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시 기회를 주는 대신에 시험 점수의 75%만 인정해 주기로 하고 재시험 기회를 주기로 했다. 시험을 안본 또 다른 한명은 지금 까지 숙제랑 퀴즈를 한번도 안낸걸 보니 나중에 수강신청 취소할 생각인것 같다. 

오늘 시험을 미뤘던 두명이 시험을 봤다. 같이 와서 한번에 보면 좋았겠지만 시간이 안맞아서 어쩔 수 없이 둘이 한명씩 따로 와서 시험을 봤다. 한명은 오전에 다른 하나는 오후에. 오전에 온 학생은 재시험 시간을 잡는데 많이 애를 먹었다. 내가 이메일을 보낸다음 다시 답장을 받는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시간을 조율하기가 어려었다. 답장을 보낸걸 보니 핸드폰을 보낸듯 한데 왜 이렇게 이메일 확인을 잘 안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고 심지어 살짝 짜증이 났다. 그런데 시험을 보러 온 학생을 보고 잠시 대화를 하다보니 왜 그랬는지 이해가 됐다. 

오전에 재시험 보러 온 학생을 처음 본 순간 굉장히 피곤한 상태라는걸 알 수 있었다. 잠을 잘 못잤는지 한쪽 눈이 심하게 충혈되 있었다. 내가 왜 이메일 확인을 잘 안하냐고 물어봤더니 스마트폰이 있긴 한데 데이타 플렌이 없어서 학교에 와서 와이파이로 이메일을 확인할 수 있단다. 형편이 좀 어려운 학생 같았다.  student worker로 학교에서 20시간 일을 하고, 밤에는 주유소에서 일을 한다고 한다. 숙제는 보통 주유소에서 일하면서 한다고 한다. 시험을 보고나서 채점을 했는데 점수가 거의 최하수준이었다. 안타까웠다. 

오후에 온 학생은 오전에 왔던 학생보다 말끔하게 차려 입었고 한눈에 보기에도 좀 있는 집 자식 같았다. 시험 문제를 주자마자 미친듯이 풀기 시작했고 거의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학생의 외모(옷차림)를 학업성취와 연관 지으려는건 아니지만 완전히 무관하다고도 말하기 힘들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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