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교수님이 콘퍼런스에 다녀 오셨다. 거의 일주일 만에 봤는데 내 오피스에 들어 오시더니 문을 닫으셨다. 이런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일단 내가 내 오프스 컴퓨터 앞에 앉아있고, 지도교수가 학생이 앉는 의자에 앉는 상황이 됐다. 유학 시작하고 이런 상황은 처음이었다. 마치 내와 지도교수의 위치가 바뀐것 같은 기분. 어디에 앉아 있느냐가 사람의 스텐스와 심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듯 싶다.
마주 앉자 마자 갑자기 WM 에 지원해 볼 생각 있냐고 물었다. WM 은 휴스턴에 있는 회산데 지도교수 친구가 다니는 회사다. 얼마 전에는 우리 과에 와서 세미나도 했었다. 예상치 못했던 질문이라 뭐라고 대답을 해야할지 좀 당황스러웠다. 일단은 어떤 포지션인지 궁금 하기도 하고 해서 그 쪽 사람들을 만나 보기로 했다. 지도교수한테 사람좀 추천해 달라고 한걸 보니 WM 이 급하게 사람을 찾고있는듯 싶었다. 일단은 내 CV 와 이력서를 보내주기로 했다. 조만간 그 쪽 사람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싶다. 내일은 여름 인턴쉽 지원했던 곳에서 발표가 난다. 잘 됐으면 좋겠다.
다음달 말에 센디에고에서 잡 인터뷰도 있고, 여기 저기 잡을 알아보고 있다보니 이제 정말 졸업을 할 때가 오긴 왔나보다. 어떻게 지나간 6년인지 모르겠다. 엉청나게 많은일이 있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결혼을 하고, 건강이 극도로 안좋아 졌다가 다시 회복되는 듯 싶고, 논문도 써보고, 컨퍼런스도 가보고, 논문 발표대회 상도 타고, 학부생들 수업도 가르쳐 보고 등등. 정말 감사한것은 내가 특별히 잘 한것이 없는데도 박사 시작하고 나서부터 거의 6년동안 펀딩이 한번도 끊긴적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이야 티칭을 해서 과에서 돈을 받고 있지만 지난 학기까지 지도교수가 계속 지원을 해줬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내가 지도교수와 같이 일을 시작하게 됐을 때 이 분야에 기초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어떤 식으로 공부를 해야하고 리서치는 어떤 식으로 해 나가는지 체계적인 가이드를 잘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아주 중요한 수업들을 나이 많으신 할아버지 교수님한테 전부 다 들었는데 그 수업들이 정말 최악이었다는 점 역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예전에 할아버지 교수님께 들었던 수업을 다른 교수님이 이번학기에 가르치고 있는데, 그 수업을 청강하고 있다. 수업의 질이 정말 천지차이다.
앞으로 내 앞에 어떤 길이 펼쳐질까? 그리고 나는 어떤 선택을 해 나갈까. 시간이 아주 오래 지나고 나서 지금을 돌아 봤을 때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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