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26일 토요일

미국생활 6년차. 익숙해 지기 힘든것

미국에 온지 이제 만으로 6년이 다 되어간다. 처음 왔을 때 많은 것들이 한국과 달라서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시간이 지나면서 대부분 익숙해 지고 나름 적응 한 것 같다. 한국 음식만 고집하던 내가 이제는 햄버거 빵 샌드위치 스파게티를 가리지 않고 먹게 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래도 좀처럼 익숙해 지기 힘든것들중 하나가 어떤 서비스를 받으려고 오랜시간 기다리는 것이다. 엊그제 갑자기 차 벳더리가 나갔는지 시동이 안걸렸다. 오늘 토요일이고 해서 맘 먹고 와이프랑 같이 아침부터 뱃더리를 갈러 갔다. 월마트로 갔는데 먼저 온 차들이 정비를 받고 있었다. 직원한테 뱃더리 갈려면 얼마나 걸리는지 물어보니 일단은 뱃더리 상태를 점검하고 갈아야 한다는 판단이 서면 그 때 가서 갈아야 하는데 다 해서 한시간은 걸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대한 빨리 해달라고 해 놓고 장을 보고 나왔다. 그런데 아직도 정비가 안된거다. 직원들도 아주 많았는데 한 차에 직원 여럿이 붙어서 다른 차들을 정비하고 있었다. 오늘 다시 한번 느꼈다. 성질 급한 한국 사람들 한테는 정말 속 터지는 일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이렇게 기다리는 일은 좀처럼 익숙해 지지 않을것 같다.

Teaching day2

수업 두번째 시간이다. 이번엔 첫번째 시간보다 조금 더 떨리는듯 했다. 애써 태연한척 하며 강의실에 들어섰다. 이미 많은 학생들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수업 시작 시간이 거의 다 됐는데 이상하게 컴퓨터 로그인이 안되는게 아닌가. 한참을 기다려도 계속 정지 화면만 보일뿐 아무 반응이 없었다. 안되겠다 싶어 전산실에 전화 했는데 아무도 전화를 받지않았다.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했는데 다행이 몇분 후 로긴이 됐다. 그렇게 간신히 수업을 시작 했는데 왠걸 또 문제가 생겼다. 원래는 파워 포인트 스라이드에 직접 써가며 수업을 하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슬라이드에 써지질 않는게 아닌가. 이것 저것 많이 해봤지만 마찬가지였다. 어쩔 수 없이 스크린을 올렸다 내렸다 해가며 수업을 해야했다. 다행이 화이트 보드를 쓸 수 있었다.

슬라이드를 몇 장 넘기다가 예제 문제가 나왔다. 그래서 화이트 보드에 문제를 풀어줬는데 왠걸 알고보니 내가 썼던 마커가 썼다 지웠다 하는 마커가 아니라 한번쓰면 안지워 지는 마커였던 것이다. 이미 화이트 보드의 거의 절반에 걸쳐서 문제를 푼 상황이라 이제부터는 나머지 절반의 보드에 썼다 지웠다 할 수 있는 다른 마커를 이용해서 문제를 풀어야 했다.

적잖이 당황하긴 했지만 다행이 큰 문제 없이 강의를 끝낼 수 있었다. 강의 시간에 좀 더 자연스럽게, 그리고 경직되지 않게 할수는 없을까? 내가 느끼기에도 강의 하려고 맨 앞에 서 있기만 해도 너무 몸이 뻣뻣해진다. 어떤 교수님들은 수업 할 때 아주 자연스럽게 농담도 해가며 학생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데 난 언제 그런 경지에 이를 수 있을까? 사람들 앞에 서는것을 내가 좀 더 편안하게 늘낄 수 있다면 좀 더 부드러운 강의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언제쯤 그런 날이 올까? 그래도 처음 수업 하는것 치고는 잘 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위로 해가며 앞으로 남은 강의들은 지금 까지 했던 것 보다 더 잘 하리라 다짐 해본다.


2013년 1월 21일 월요일

Teaching day1

타뮤(TAMU) 산공과 박사과정 학생은 원하면 졸업 하기 전에 학부생 수업을 가르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작년 겨울에 지도교수한테 티칭 해볼 생각 있냐는 메일을 받고 잠시 고민 하다가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서 하기로 했다.
그래서 이번 학기에 경제성 공학(engineering economy) 과목을 가르치게 됐다. 수업은 일주일에 두번이고, 시간은 아침 8시 부터 50분간 진행된다. 학생은 총 57명. 나 빼고 같은 수업을 가르치는 박사과정 학생이 4명 더 있다. 
별로 어려운 수업은 아니다. 내가 10년전에 학부 때 수강했던 과목이고 성적도 잘 받았었다. 그래도 일단 가르치는 사람 입장이 되니 그냥 배우기 위해서 공부할 때 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걸 알았다. 선배들이 이 과목 가르치면서 강의 준비 하는데 시간 많이 들어간다고 얘기 했던게 생각이 난다. 
그래도 다행이 예전에 선배들이 썼던 강의 자료들을 구할 수 있어서 수업을 준비 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기존 강의 자료를 바탕으로 내 나름대로 편집 해서 뺄건 빼고 추가할건 추가하고 해서 업데이트된 강의 자료를 만든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게 습관이 안되서 첫 수업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했다. 8시 수업인데 정각 8시에 도착했다. 수업 준비를 하는데 몇 분이 소비되었고 실제 수업은 8시 5분정도에 시작됐으니 지각했다는게 맞는 표현인것 같다. 
처음에 간단해 내 소개를 하고 학생들에게도 짧게 자기 소개를 하라고 시켰고, 그 와중에 나는 syllabus를 나눠줬다. 내가 앞에 서서 애기하고 가르치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 지듯이, 미국 학생들도 대중 앞에서 자기 소개를 하는데 쑥스러워 한다는걸 느꼈다. 역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애기하는건 쉬운게 아니다. 갑자기 오바마 대통령이 존경스럽게 느껴졌다. 

syllabus 를 같이 훓어보고 수업을 시작 했는데, 무슨 애기를 해도 학생들이 아무 반응이 없었다. 질문이 있느냐고 물어도 대답이 없고, 이해 했느냐고 물어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척 하면서 그냥 다음 슬라이드로 넘어갔다. 학생들이 무반응은 일상적이었다. 가끔 맨 앞줄에 앉은 학생이 한두 번 간단한 질문을 한것 빼고는 말이다. 누군가 학생들을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만드는것이 가장 어렵다는 말을 했었던게 떠올랐다. 맞는 말이다. 

어떻게 50분이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다행이 준비해온 자료를 모두 끝내고 나자 정확히 8시 50분이었다. 드디어 첫 수업 시간이 무사히 지나간 것이다. 내일 모레 또 수업이 있다. 어서 준비해야겠다.